2019년 01월 14일
지금, 행복
2011년 일본에 대지진이 일어났다.
동일본 대지진이다.
일본은 거대한 자연재해를 겪으면서 먼 미래가 아닌 '지금'의 행복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 커졌다.
사회에서 버티며 치열하게 살아남는 것이 의미가 없다. _ 동아일보



+2012년 안도타다오의 전시를 보러 도쿄에 갔다. 동일본 대지진은 일본에 엄청난 피해를 입혔지만 그들은 더욱 내면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게 되었으며 자신들이 일구어 온 전통과 역사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현재를 이룩한 과거의 작은 발걸음과 시도, 한 사람 한 사람의 역사를 발견하여 대의를 품은 전시를 이루어냈다. 큰 감동을 받았고 몹시 부러웠다.

2018년 일본도, 한국도 변한 것이 없다. 우리는 너무 가뿐하고 빠르다. 무게감을 가지고 이 흐름을 버티며 천천히 걷는 일이 너무 고달프다. 다 그만두고 바람에 몸을 맡겨 붕 뜨고 싶은 마음 뿐이다. 하지만 나같은 사람은 자칫 뿌리를 잃고 방향 없이 부유하기 쉽상이고, 결국 빈곤한 영혼에 갇혀 살지도 모를 일이다.
by 군달 | 2019/01/14 13:42 | things on text | 트랙백 | 덧글(0)
2019년 01월 07일
<거실의 사자 Lion in the living room:how cats tamed us and took over the world>
* 농업과 축산업이 일상에서 멀어짐에 따라 봇짐이 아닌 마음의 짐을 나르게 된 새로운 동물들.

* 인간의 경외심과 무관심은 위험하게도 공존하는 경향이 있다. 동물에 관련해서는 특히 그렇다. 우리가 얼마나 '사랑하는' 존재이든 우리는 그것을 죽이고 만다. 이걸 보면 고양이만큼 귀엽지 않거나, 함께 생활하기 편리하지 않거나, 생존력이 뛰어나지 않은 동물을 대하는 우리의 방식은 어떤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알고보면 애완동물들은 멀어져가는 자연세계에 대한 우리의 태도와 생각이 형성되는 용광로이며 그런 용광로로서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책 전반을 통해 나는 고양이 같은 동물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우리의 놀잇감이 아닌 자기만의 전략과 사연을 가진 강인한 생명체로 보아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고양이를 본다는 것은 곧 우리가 직시하고 우리의 광범위한 능력을 인정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친절과 잔혹이 기이하게 뒤섞인 우리의 태도를 직시하고 우리가 무제한 적으로, 때로는 경솔하게 행사하는 우리의 영향력을 인정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지구의 여러 생명체는 가망이 없다.

* 우리와 달리 고양이에게는 어떤 죄도 없다.

* 칼 밴 벡턴(Car van Vechten)은 이렇게 썼다. '과거의 제 모습을 잊는 인간과 달리'고양이만이 수 세대 전의 과거를 진정으로 기억하고 있다.'

* 고양이는 말 못하는 짐승이 아니다. 우리가 그 말을 못 알아듣는 짐승일 뿐이다._애비게일 터커Abigail Tucker


* 나와 다른 짐승에 대한 이해를 넓힌다는 것은 좁게는 집안에서 넓게는 이 우주 안에서 인간과 함께 사는 여러 살아 있는 것들과의 소통의 기회를 늘린다는 의미이다._옮긴이 이다희

* 고양잇과 진화의 역사와 오늘의 처지를 아울러 정리한 책.




+ 함께 생활하는 고양이에 비춰 나를 돌아보게 되는 책. 고양이와 함께 산다면 한번쯤 꼭 읽어보길 권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
by 군달 | 2019/01/07 12:25 | things on book | 트랙백 | 덧글(0)
2019년 01월 04일
<82년생 김지영>
* 마늘쫑처럼 싱그러운 아이들

* 날긋날긋 : 표준어는 아님, 그러나 뉘앙스는 알겠다.

* 어머니와 아버지는 어떻게든 살아남아 자식들의 미래를 책임지기 위해 동분서주하느라 정작 자식들의 현재를 건사하지 못했다.

* 김지영 씨는 가슴속에 눈송이들이 성기게 가득 들어차는 느낌이었다. 충만한데 헛헛하고 포근한데 서늘하다.

* 서운함은 냉장고 위나 욕실 선반 위, 두 눈으로 뻔히 보면서도 계속 무심히 내버려두게 되는 먼지처럼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두 사람 사이에 쌓여갔다.

* 이미 바짝 말라 버석이는 묵은 감정처럼 먼지들 위로 작은 불씨가 떨어졌다. 가장 젊고 아름답던 시절은 그렇게 허망하게 불타 잿더미가 되었다.




+ 거칠다. 82년 생 김지영 씨가 82년 생을 반영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어느 시대에나 82년 생 김지영은 있어 왔다. 책을 덮고 불편함만 남았다.
by 군달 | 2019/01/04 15:35 | things on book | 트랙백 | 덧글(0)
2019년 01월 04일
<레테의 戀歌>
* 결혼은 어떤 삶에 대한 다른 삶의 개입니다. 따라서 그 결합은 어슷비슷한 두 개의 원이 만나는 것보다 들쭉날쭉한 두 개의 톱니바퀴가 맞물리는 것이 더 단단할 것이다. 나의 단점과 그의 장점이 맞물리고 그의 결핌과 나의 풍요가 맞물리고...

* 황당한 어른들의 유희에서 여러 가지 자질구레한 일상日常으로 두껍게 가려져 있는 우리 삶의 참담함을 언뜻 본 느낌이었다.

* 실험 정신의 송중함은 더할 나위 없는 것이지만, 단순히 새로움의 추구가 범용한 재능을 은폐하는 수단이거나 예술하는 천민들의 자기 선전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은 견딜 수 없소.

* 요즈음의 내 감정은 턱없이 과장되어 있다.

* 언제나 한 발 늦는 것이 법과 이성이다. 그들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범인은 달아나고 감정은 제멋대로 일을 처리한 뒤인 것이다.

* 여행처럼 이해 못할 신비도 없다. 모든 여행을 우리는 나름의 목적을 가지고 떠나지만, 대개의 경우 그 목적은 길에 오르기 무섭게 여행 자체의 특별판 파토스에 밀려 원래의 의미를 잃고 만다. 낯선 곳으로의 길 위에선 외로움은 물론 슬픔조차 감미롭고, 두려움과 근심도 상쾌하다.

* 벌써 여름이 다해 간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쓰며 보낸 열흘이다. 어떤 사물의 의미는 필요한 시간이 흐른 뒤에야 명확해짐을 나는 믿는다. 다만 말할 수 있는 것은 이 어둠이 쓸쓸했다는 것뿐.

* 복수와 흥분의 어린애 같은 욕망에 빠져들고 있는 것은.

* 나에게 사회적 평균치 이상 가는 혜택이 돌아왔을 때 그것이 혹시 다른 운수 나쁜 동료의 몫을 훔친 것이 아닌가를 먼저 의심해 보는 것, 재산이든 권력이든 명예든 그것에 수반되는 것은 '누릴 권리'가 아니라 '바르게 써야 할 의무'라는 것을 당연하게 인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무리 자신과는 무관한 것 같아도 고통받는 동료가 있으면 자기가 그 원인이 되지 않았는가를 먼저 의심해보고 당연히 함께 나누어야할 짐으로 여길 수 있는 사회 일반의 의식이 필요하다. 그리하여 남의 아픔이 곧 내 아픔이 될 때 우리가 보고 있는 세상살이의 여러 아픔은 그만큼 적어질 것이다. 기뿜은 나눌수록 커지고 슬픔은 나눌수록 적어지므로.

* 시간은 분명 모든 사물에 작용하지만 때로는 그와 정반대로 대단찮은 것들에게 추억이란 이름으로 아름다운 빛을 선사하는 마력도 가지고 있소.

* 왁살스럽다 : 우악살스럽다의 준말. 보기에 매우 미련하고 험상궂은 데가 있다. 보기에 무지하고 포악하며 드센 데가 있다.

* 계약은 이행되어야 한다. PACTA SUNT SARVANDA

* 사랑은 자연과 이성이 가장 가깝게 화합한 것이다.

* 영절스럽다 : 아주 그럴듯하다.

* 무서리 : 늦가을에 처음 내리는 묽은 서리

* 광휘 : 환하고 아름답게 눈이 부심. 눈부시게 훌륭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광휘롭다.

* 정신적인 순결이란 우리 시대에 널리 퍼져 있는 편의주의의 또 다른 산물이나 아닌지 모르겠다. ... 정신처럼 무방비한 것도 없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불쑥불쑥 떠오르는 생각들을 무슨 수로 도덕적인 방향으로만 제어할 수 있단 말인가. _ 이문열




+ 사랑을 내가 너무 가볍게 보았다. 사랑은 너와 내가 둘이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속한 세계가 움직이는 일이다. 그 무게를 이 책을 보고서야 되짚고 가늠하게 되었다.
by 군달 | 2019/01/04 15:30 | things on book | 트랙백 | 덧글(0)
2019년 01월 04일
<금테안경Gli occhiali d'oro>
* 여름은 끝났다. 그 순간부터 여름은 한낱 기억에 불과했다.

* "우리 이탈리아인들은 꼭 어릿광대 같아."
"어떤 일이든지 독일인들을 따라 할 수 있지. 행진할 때 다리를 곧게 뻗는 걸음걸이까지. 하지만 삶에 대한 비극적인 의식까지 따르지는 않아. 우리는 그저 너무 고루하고 회의적이고 고단할 뿐이야."_조르조 바사니 Giorgio Bassani / 김희정 옮김



+ 책 덕분에 이탈리아에 또 가게 생겼다. 페라라도 다시 돌아보고 싶고, 볼로냐도 자세히 봐야할 것 같다. 아래 언급된 해안도시도 가보고 싶다. 글줄을 남기진 않았지만 마음에 되게 쑥 들어오는 소설이다.
* viareggio 이탈리아 토스카나 주 북부의 도시로, 티레니아 해 및 리구리아 해와 접해 있으며, 해변 휴양지로 유명하다.
* riviera di levante 이탈리아 서북구 리구리아 해의 해안선으로, 제노바에서 스페치아 만까지 약 백삼십 킬로미터에 이른다. 아펜니노 산맥이 연결된 지대라 아찔하게 솟은 해안 바위들과 그 정상에 형성된 마을 풍경이 인상적이다.

by 군달 | 2019/01/04 15:09 | things on book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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