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01월 19일
<원미동 사람들>
* 올망졸망한 것들이 으레 그렇지만 밝은 곳에 드러난 자신의 남루한 세간들을 보는 일은 언짢았다.

* 칼끝보다 맵고 아린 추위였다.

* 며칠 동안의 고단함으로 추위에 언 손등은 소복하게 부어 있다.

* 아내는 지푸라기처럼 푸석푸석한 목소리로 아이를 달랬다.

* 벙싯벙싯 : 입을 조금 크게 벌리며 소리 없이 가볍고 부드럽게 슬쩍슬쩍 잇따라 웃는 모양.

* 주름진 입이 허위허위 벌어졌다 닫혔다 하는 것을 보면서 그가 고개를 흔들었다. _허위허위 : 손발 따위를 이리저리 내두르는 모양 / 힘에 겨워 힘들어하는 모양

* 살살 야지 트는 수법의 기초 _ 야지 : 야유, 조롱, 훼방하는 말 등의 뜻을 가진 일본어. 아유, 조롱, 빈정대기로 바꿀 수 있다.

* 추락하는 일은 날아오르는 일보다 훨씬 간단하다.

* 질색자망 : 질색(窒塞) 몹시 싫어하거나 꺼림 + 자망(姿望) 고아한 모습, 사람의 모습이나 풍채

* 우두망찰 : 정신이 어떨떨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는 모양.

* 어성버성한 아이가 되어버렸다._ 어성버성하다 : 분위기가 어색하거나 사람을 대하는 것이 부자연스럽고 사이가 서먹서먹하다.

* 속옷이 요사무사하게 생겨서 내 눈을 달뜨게 하곤 했다._요사무사 : 요사(妖邪) 요망하고 간사함 + 무사(無邪) 사심이나 악의가 없다...? 

* 발발이 새끼처럼 종자가 잘아서 개도둑한테 끌려가지도 않고 온 동네를 쑤석이며 다니는 장난꾸러기였다._쑤석이다 : 함부로 들추거나 뒤지거나 쑤시다 / 가만히 있는 사람을 꾀거나 추겨서 아믕이 움직이게하다.

* 온몸의 기운이 땅 밑으로 소롯이 새어나가서 자신의 몸이 창호지 한 장의 무게도 되지 못하는 것 같았다. _소롯이 : 살며시? 고스란히?

* 입에는 아이들이 먹고 다니는 쭈쭈바가 물려 있고 그 겅정겅정 뛰는 듯한 걸음걸이로 성큼 욕탕안으로 남어섰다. _ 겅정겅정 : 긴 다리를 모으고 자꾸 가볍게 내뛰는 모양

* 견적대로의 돈을 다 받기가 민망하여 우정 지어내 보이는 열정이라고 여겼었다. _ 우정 : '일부러'의 강원도 방언?

* 임씨가 허전한 눈길로 그를 쳐다보았다. 목소리도 한결 풀기 없이 처져 있다.

* 머퉁이 : 꾸지람을 일컫는 말로 전라북도 지방에서 쓰이는 사투리 

* 밤도 꽤 깊었으리라. 광복절 공휴일도 이제 마감이었다. 가슴이 답답했다. 남은 일은 집으로 돌아가서 나무토막처럼 쓰러져 꿈 없는 잠을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 어린 시절 마당에 묻어둔 작은 돌멩이를 그리워할까. 개울가에 띄워보낸 낡은 운동화 한 짝, 스치고 지나가버린 처녀들의 향수 냄새, 그 냄새의 기억에 묻어오는 라일락의 작은 꽃뭉치들과 천장의 다락에서 누렇게 바래가는 일기장들. 그리운 것은 항용 추억의 끝에 서 있고, 긴 시간을 지낸 후에 바라보면 세상은 언제나 얼룩투성이의 낙서로 남아 있었다. _ 항용 : (恒用) 흔히, 늘

* 꾀복쟁이 친구처럼 말했다. _ 꾀복쟁이 : 옷을 입지 않은 알몸, 벌거벗은 몸

* 이제는 자식의 삶을 지휘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아니까 어머니는 오월이 가까워오면 늘 이렇게 묻는다.

* 부천으로 옮겨와 살게 되면서 나는 그런 삶들의 윤기 없는 목소리를 많이 듣고 있었다.

* 기록한 것만을 추억하겠다고 작정한 바도 없지만 나의 기억은 언제나 소설 속 공간에서만 맴을 돌았다.

* 누구라 해도 다시는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고향은 지나간 시간 속에 있을 뿐이니까.

* 아버지 산소에 불쑥불쑥 찾아가서 죽은 자와 함게 한 병의 술을 비우는 큰오빠의 마음을 알수 있을 것도 같았다. 한 인간의 뼈저린 고독은 살아 있는 자들 중 누구도 도울 수 없다는 것, 오직 땅에 묻힌 자만이 받아 줄 수 있다는 것은 의미심장하였다.

* 원미동은 이사가 잦은 동네이다. 정들 만하면 이웃은 떠나고 그 자리엔 낯선 이웃이 자리를 잡는다. 오늘날 한국사회의 부박한 삶과 그 진행의 현상이 축약되어 있음을 실감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곳이 이 동네이다. 그것을 느끼는 일은 쉬운 일이지만, 그렇게 느끼며 '살아가는'일은 고달프다. _ 부박하다 :  (浮薄) 천박하고 경솔하다
_양귀자





+ 새해 첫 책에서 아련한 향수나 달콤한 위로 같은 걸 받고 싶었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1970~80년대를 지금의 내 나이로 살았던 사람들은 지금처럼 부대끼고 치이고 힘들었겠지만 인간다운 따뜻함이 물씬 우러날 줄 알았다. 그렇지만 읽는 내내 어제와 오늘, 내일의 나를 보는 것 같아 피곤하고 힘들었다. 알듯모를듯한 단어도 많았고, 다 아는 단어인데 당췌 그 뜻을 모르겠는 문장도 많았다. 빨리 책을 덮고 싶어 안달이 났고, 냉큼 정리하고 다시는 꺼내고 싶지도 않은 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글줄을 정리하는 내내 누군가 이토록 우리의 삶을 잘 알아주고 어루만져주고 기록해주는 것이 고맙고 뭉클했다. 
아.. 어쨌든 새해 첫 책 치고는 얼얼한...
by 군달 | 2014/01/19 14:26 | things on book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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